해녀, 잠녀, 숨비소리
올레길을 따라 제주 해안을 걷다 보면 저 멀리 물질하는 해녀들이 보이고
호이~~ 호이~~ 하는 '숨비소리'가 들린다.
해녀들이 1~2분간 바닷속에서 자맥질을 하다 물 위로 나와 숨을 고를 때 나는 소리다.
과학적으로는 몸속의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산소를 들이마시는 과정인데
이때 정신이 아찔해지면서 정말 죽을 수도 있어, 혹자는 '생과 사를 가르는 소리'라고도 한다.
제주도와 해녀가 유명해지면서 전국 곳곳에 '숨비소리' 이름을 단 식당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농사일에, 육아에 치이고 물질하느라 잠수병과 이명을 달고 사는 해녀들의 고된 삶을 생각하면
마냥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있는 단어는 아닌 듯싶다, 어감과 달리 무척이나 고됨이 묻어나는 말이다.
또 해녀들이 물질할 때 부력 기구로 쓰는 둥근 물체는 '테왁'이라 하고(여기에 '망사리'라고 어획물을 담는 망을 걸어놓는다)
물질 중간중간 불을 피워놓고 쉬어가며 옷도 갈아입는 곳은 '불턱'이라 불렀다.
물론 현재는 불턱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은 거의 보기 어렵고, 현대식 탈의장이 작업 도구 보관 및 불턱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도 그 현대식 '불턱'에 들른 적 있는데, 길손도 쉬어가라는 듯 풀어둔 걸쇠와, 가지런히 정리된 고무 잠수복과 테왁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는 잠녀, 현재는 해녀로 통칭되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는 한때 고령화로 끊길 위기였으나
지금은 지자체의 노력으로 조금씩 젊은 해녀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고되고 지긋지긋한 삶이라고 나이 든 해녀들은 말하지만
그럼에도 제주의 숨비소리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외지인의 욕심일까
다시 제주에 가보고 싶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