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돕빠와 겨울바다
크몽류승하
2021. 1. 27. 17:35
생전 아버지는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꼭 돕빠 얘기를 꺼내셨다.
"겨울이면 돕빠에 오바 하나씩 걸치고 해운대 겨울바다를 가야지" 하는 식이었다.
아버지가 '돕빠'와 '오바'를 구별하는 기준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대충 생각해보면 춥지 않게 걸쳐 입는 두툼한 패딩점퍼 비슷한 것이면 모두 '돕빠'라고 하고
그보다는 조금 얇게, 옷태가 나는 코트 비슷한 것이면 '오바'라고 했던 것 같다.
아무튼 돕빠와 오바는 내게 겨울을 알리는 말 중 하나로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돕빠는 '토퍼'(topper)를 일본식으로 읽은 말이다.
그렇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의 '토퍼' 풀이 '가볍고 조금 헐렁한 여자용 춘추 반코트'와 '돕빠'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원은 같을지언정 한국인에게 '돕빠'는 롱패딩 등도 포괄하는 두꺼운 점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풀이를 수정하거나, 보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바'는 '오버코트'의 줄임말이다. 국민 동요 '괜찮아요'의 가사 '털오바 때문도 아니죠 씩씩하니까 괜찮아요'의 그 '오바'다.
돕빠에 오바 얘기를 하다 보니 아버지 생각까지 나고야 말았는데 갑자기 코가 시큰해진다.
따뜻해지기 전에 '돕빠' 입고 아버지를 한번 찾아뵈어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