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미나리 단상

크몽류승하 2021. 2. 1. 16:25

https://www.moviepilot.de/movies/minari/bilder/839822

배우 윤여정 씨가 영화 '미나리'로 전미 비평가위원회(NBR) 여우조연상을 비롯, 20개 이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 남부 아칸소 시골로 이주한 한인 가족의 정착 분투기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3월 개봉 예정돼 있다.

영화 제목이 '미나리'인 건, 한국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와 순자(윤여정)를 비롯한 한인 가족의 모습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라고 한다.

실제로 미나리는 병충해에 강하고 어디서나 잘 자라 대대로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았다.

성균관 근처에서도 미나리를 길러 먹었기 때문에 성균관을 미나리 근을 써 '근궁'이라 하기도 했으며

현재 경찰청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또한 미나리가 많이 자라는 동네라서 붙은 이름이다.

미나리는 또한 오폐수 정화 기능도 강한데, 그래서 옛 동리 입구에는 항상 '미나리꽝'이 있어 하수 정화를 담당했다. '꽝'은 구덩이를 뜻하는 말 '광'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미나리깡, 미나리강 등 다양하게 부르지만 '미나리꽝'이 현재 표준어다.

실제로도 우리 조상들은 정말 미나리처럼 살았다. '미나리'의 순자뿐만이 아니다.

전근대 시기 세계 각지로 이주한 한인들은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월급을 모아 독립운동을 후원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간 수많은 순자네 가족들 또한 뿌리를 잊지 않았다.

지금 한국이 이만큼 번영하고, 또 앞으로 번영할 기대에도 그 '미나리 정신'이 없지 않을 것이다.

힘든 시기, 퇴근길 미나리 한 단 사가시면서 '미나리'를 되새겨본다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