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을 역대급으로 쓰는 세상
2021. 7. 14. 21:24ㆍ오늘의 교열
요즘 무슨 일만 벌어지면 등장하는 단어 '역대급'이다.
어떤 대선 후보의 지지율도 좀 오른다 싶으면 역대급이라고 하고
맛도 역대급이고 혁신도 역대급이고 장마도 폭염도 모두 역대급이라고 한다.
그런데 역대급의 말뜻을 풀어보면, 사람들이 이 말을 엉터리로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대'는 사전 풀이로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또는 그동안'이고
'-급'은 '그에 준하는'을 뜻하는 접미사다. '재벌급'이라고 하면 재벌 수준이라는 말 아닌가
따라서 '역대급 기록'이라며 그전의 기록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썼다는 식으로 사용하지만
사실은 이렇게 쓰면 '그냥 종전 수준의 기록'이라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신기록을 표현하려면 '역대 최상급 기록'이라고 써야 할 것이고
폭우를 묘사하려면 '역대 최악의 폭우'라든지, '역대 기록을 뛰어넘는 폭우' 등으로 분명히 써줘야 한다.
바르게 알고, 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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