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떴다 보라매

2021. 4. 16. 16:16우리말 이야기

매 성체(https://m.blog.daum.net/young2360/15838410)
국산 전투기 KF 21(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0409/106337832/1)

2021년 4월 9일 경남 사천 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국산 전투기 KF 21의 출고식이 있었다.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이후 20년 만의 성과다.

대통령까지 참석한 이 행사에서 국산 전투기의 이름은 '보라매'로 결정됐다. '보라매'는 어떤 뜻일까.

우리 조상들은 옛적부터 매를 기르고, 매 사냥을 즐겼다. 

국가 단위로 사냥용 매를 기르고 관리하는 기관을 응방(鷹坊)이라 부르기도 했다.

국왕까지 매 사냥에 몰두하여 때때로 정치적 문제가 될 만큼 매는 중요한 동물이었는데

그에 따라 매를 부르는 이름도 각양각색이었다.

사냥용 매는 '송골매' 개중에서도 태어난 지 1년이 안 돼 어린 매는 '보라매'라고 불렀다.

보라매의 '보라'는 몽골어의 '보르'에서 온 말로 '갈색'이라는 뜻이며, 아직 어린 매는 깃털이 갈색이라서 보라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자라면서 위 사진처럼 깃털에서 푸른빛이 나는데, 송골매는 그 때문인지 '해동청'(바다 동쪽의 청색 매)이라는 이명도 있다.

그 외에 '수지니' '날지니'도 있는데 날지니는 길들이지 않은 야생매, 수지니는 길들인 매를 뜻한다. 모두 몽골어에서 차용한 단어다.

고려 시대 때 몽골에 매를 바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 '응방'이므로 그때부터 매의 이름이 세분되고, 몽골어의 영향이 세졌기 때문이다. 

'시치미를 떼다'에서 '시치미'도 매와 관련 있는 말이다. 시치미는 원래 매사냥 때 매에게 달아놓는 이름표를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남의 매를 훔쳐가 시치미를 떼놓고 모르쇠하는 데서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이 탄생했다.

마지막 하나만 더

매와 관련 된 지명은 더 없을까? '응암'이 있다. 응암은 '매가 앉은 바위'라는 뜻이다.

은평구 응암동이 그렇다. 보라매 공원은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익숙할 것이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고, 국산 전투기의 성공적인 비행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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