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6. 16:16ㆍ우리말 이야기
2021년 4월 9일 경남 사천 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국산 전투기 KF 21의 출고식이 있었다.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이후 20년 만의 성과다.
대통령까지 참석한 이 행사에서 국산 전투기의 이름은 '보라매'로 결정됐다. '보라매'는 어떤 뜻일까.
우리 조상들은 옛적부터 매를 기르고, 매 사냥을 즐겼다.
국가 단위로 사냥용 매를 기르고 관리하는 기관을 응방(鷹坊)이라 부르기도 했다.
국왕까지 매 사냥에 몰두하여 때때로 정치적 문제가 될 만큼 매는 중요한 동물이었는데
그에 따라 매를 부르는 이름도 각양각색이었다.
사냥용 매는 '송골매' 개중에서도 태어난 지 1년이 안 돼 어린 매는 '보라매'라고 불렀다.
보라매의 '보라'는 몽골어의 '보르'에서 온 말로 '갈색'이라는 뜻이며, 아직 어린 매는 깃털이 갈색이라서 보라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자라면서 위 사진처럼 깃털에서 푸른빛이 나는데, 송골매는 그 때문인지 '해동청'(바다 동쪽의 청색 매)이라는 이명도 있다.
그 외에 '수지니' '날지니'도 있는데 날지니는 길들이지 않은 야생매, 수지니는 길들인 매를 뜻한다. 모두 몽골어에서 차용한 단어다.
고려 시대 때 몽골에 매를 바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 '응방'이므로 그때부터 매의 이름이 세분되고, 몽골어의 영향이 세졌기 때문이다.
또
'시치미를 떼다'에서 '시치미'도 매와 관련 있는 말이다. 시치미는 원래 매사냥 때 매에게 달아놓는 이름표를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남의 매를 훔쳐가 시치미를 떼놓고 모르쇠하는 데서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이 탄생했다.
마지막 하나만 더
매와 관련 된 지명은 더 없을까? '응암'이 있다. 응암은 '매가 앉은 바위'라는 뜻이다.
은평구 응암동이 그렇다. 보라매 공원은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익숙할 것이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고, 국산 전투기의 성공적인 비행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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