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4. 19:44ㆍ우리말 이야기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블랙홀과 우주가 아닌 수십만평의 광활한 옥수수밭이었다.
주인공들이 옥수수밭 한가운데를 차로 내달리고, 마지막에는 급기야 불에 활활 타는 옥수수밭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 끝없는 옥수수밭 지평선이 이유 모르게 필자를 매료시켰다.
(이 옥수수밭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고, 영화를 찍기 위해 실제로 감독이 캐나다에 조성한 밭이다.)
그리고 인터스텔라 속 2040년의 황폐한 지구에서 옥수수는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식량이다.
나머지 작물은 기후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모두 멸종했기 때문이리라
감독이 쌀이나 밀이 아닌 옥수수밭을 선택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길쭉하게 키 큰 옥수수밭이 황폐함을 묘사하는 데 더 적절할 것이고
또 인류 역사상 수없이 식량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옥수수가 구황작물로서 꿋꿋이 민중을 지켜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유서 깊은 옥수수가 최근 다시 '없어서 못 먹는' 간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밥이 아닌 간식으로. 찰옥수수 말고 초당옥수수.
기폭제는 '옥수수 문익점' 김재훈 대표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다.
그 이전에도 국내에 들어와 몇몇 품종이 개발된 바는 있으나, 전통의 찰옥수수에 기를 못 펴던 초당옥수수가
, 알음알음 아는 사람이나 그 맛을 알던 초당옥수수가
단번에 '찰옥수수'에게 강펀치를 날리며 6월 간식의 주인공이 됐다.
제철은 딱 6월 한 달, 지금 안 먹으면 못 먹는 '귀한 몸'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얼른 하나 사 먹고 얘기해야지 쇼핑몰을 연신 들락거리고 있다.)
옥수수 얘기를 하니 자꾸 군침이 고이는데 본론인 우리말 얘기도 안 하고 갈 수가 없다.
첫째, '옥수수'는 중국어 '옥촉서'에서 왔다. '촉서'는 '수수'인데, 옥촉서의 중국 발음은 '위수수'였으므로
이게 한반도에 전해지면서 옥촉서가 '옥수수'로 굳어졌다.
둘째, '강냉이'는 중국 강남에서 왔다는 뜻으로 옥수수의 이명이다.
셋째, 이 글의 핵심. '초당' 옥수수는 초당(超糖)이다. 강릉 초당순두부와는 상관이 없다.
말 그대로 'Super Sweet' 초월적으로 달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모두 옥수수 주문 성공하시고! 즐거운 저녁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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