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이 신박한 '신박하다'
2021. 5. 31. 19:43ㆍ우리말 이야기
이제는 (사전에는 없지만) 곳곳에서 쓰이는 '신박하다'
'신기하고 쌈박하다' 정도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그 진짜 어원은 점점 잊혀 가는 듯하다.
과거 블리자드사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하 와우) 게임이 유행하던 시절
와우 게임 커뮤니티 유저들은 '성기사' 캐릭터를
'바퀴벌레처럼 모든 아이템을 독차지하려 들고, '지휘의 문장' 기술로 상대를 잘도 쓰러트린다'는 의미로
'성박휘'라고 줄여 불렀다.
특히 디시인사이드 '와우 갤러리'에서 이를 바탕으로, 성기사의 '기사'는 '박휘'로, '기'는 '박'으로 바꿔 부르는 놀이까지 유행했으며
'신기하다'는 '신박하다'로 바꿔 말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되면서 '신박하다'라는 말이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와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이므로 이 말은 곧 커뮤니티를 벗어나 대중이 폭넓게 쓰기 시작했는데
원래 어원은 잊히고, '신기하고 대박이다' '신기하고 쌈박한' 등의 뜻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한 국어 전문가는 '쌈박하다'의 '박'이 주는 어감과 비슷해 말이 급속도로 번져나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리가 있다.
'신박하다'는 아마 게임에서 출발해 대중화된 언어 중 가장 대표적인 말로 남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최근 '신박한 정리' 같은 tv프로그램까지 나온 것을 보면, '와우'는 없어지는 날이 와도 '신박하다'는 국어에 영원히 남을 듯싶다.
정말 '신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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