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2. 21:51ㆍ우리말 이야기
#1
동네에 자주 가는 중국집이 있다. 이름이 '도화원'이다. 짜장면과 탕수육 맛이 깔끔해 자주 찾는다
복숭아 사진을 올려놓고 왜 갑자기 중국집 얘기냐고 물으시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화원'의 '도화'는 복사꽃, 그러니까 복숭아꽃을 뜻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신선이 사는 이상향을 '무릉도원'이라 하였고,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길 잃은 어부가 본 신선의 세상에도 복숭아꽃이 가득 피어 있었으니
요리로 선계(신선이 사는 세상)를 보여줄 요량이라면, 퍽 운치 있는 중국집 이름이다.
#2
복숭아가 예로부터 장수의 상징이자, 벽사(악귀를 물리침)의 상징으로 널리 통용됐다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겠다.
복숭아나무를 잔뜩 심어 마치 신선이 사는 '선계'의 느낌을 주고 싶기도 했을 테고
복숭아 나무가 악귀를 물리치고 동리에 평안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보통 그런 동네를 '복사골' '도화동'이라고 많이 불렀다. 다만 지금은 그런 동네에서도 길에서 복사꽃을 보기는 좀체 어렵지만 말이다.
서울에서는 마포구 도화동이 그걸로 가장 이름난 동네다. 먼 옛날 김성 노인의 딸 도화낭자가 옥황상제의 며느리로 가면서 예물로 씨앗을 받아 나눠주었는데, 그 이후로 복숭아꽃이 만발하는 동네가 되었다고 한다.
#3
위에 링크된 저스틴 비버의 노래 '피치스'는 사랑하는 여인을 복숭아에 빗댄 노래다. 'peach'에는 '마음에 드는 여자'라는 뜻이 있다.
복숭아나 복사꽃이 여성을 은유하는 것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지
'도색잡지'의 '도'도 복숭아 도 자고, 도화살의 '도'도 복숭아를 뜻한다.
옛날 여성들은 복숭아 벌레를 먹으면 예뻐진다며 밤에 주로 복숭아를 먹었다고 한다.
#4
숨차게 적다 보니 얘기가 너무 길었다. 할 말이 많아서 쉬지 않고 써 내렸다.
하나 더 덧붙여 복숭아는 원래 복사나무 꽃을 뜻했던 복셩花가 바뀐 말이다.
이제 칠월이다, 본격적인 복숭아철이 다가온다.
알레르기 있는 분들은 조심하시고, 과즙 넘치는 복숭아 하나씩 챙겨드시기를 바란다.
건강히 여름 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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