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 : '잉여'의 시대

2020. 12. 29. 16:33우리말 이야기

이불 밖은 위험해(자료: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acasiase0&logNo=220728905380&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유행이 시작된 지 한참 지났지만, 말의 불씨가 아직 살아 있는 신조어가 있다. '잉여'다.

사전적으로는 잉여는 '쓰고 후 남은 것'으로 '이익 잉여금' '잉여 생산물' 등 긍정적인 수식어로 쓰이기도 하나.

한국 인터넷에서 '잉여'는 '백수' '니트' '룸펜'을 대체해 '에너지는 남아돌지만 할 일도 없고 쓸모없는 인간'을 뜻하게 됐다. 스스로 자신을 '잉여'라고 부르며 자학하는 것이다.

그리고 '잉'의 말맛은 각종 단어에도 파고들어 온갖 단어를 탄생시켰는데 '장잉력' '장잉정신' '잉여력' 등이 있다.

굉장한 수고를 들여 어마어마한 '퀄리티'의 무언가를 만들어냈지만, 실생활에 그다지 필요는 없어 보일 때 '장정신이 충만하시네요' '잉여력이 높군요' 하는 식이다.

오죽 유행하면 재능기부. 판매 플랫폼의 이름도 '탈잉'인데 창립자가 밝히길 '잉여 탈출'에서 딴 말이라고 한다.

코로나 회사며 학교를 안(못) 가게 되고 '집콕' 하는 와중에 별별 '잉여짓'이 다 나타난 것도 올해 돋보였는데

한국 사람치고 올해 팔 빠지게 달고나 커피 한잔 안 휘저어 본 사람은 없으리라.

원래 '집순이' '집돌이'들은 마냥 이런 분위기가 싫진 않았는지 '이불 밖은 위험해!'라며 오히려 집콕하며 잉여력을 발산하는 것을 옹호하기도 했다.

다가오는 2021년엔 코로나도 종식되고, 모두가 좀 덜 '잉여로웠'으면 좋겠다.

연말연시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