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8. 16:12ㆍ우리말 이야기
막걸리로 대표되는 안암골의 그 학교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학 때는 유행이었는지, 아니면 뭔가 특별해 보였는지 막걸리를 참 많이도 마셨다.
한 해를 시작할 때, 학과 발대식에서도 막걸리 말통이 등장했고
날씨가 따뜻해져 잔디밭에 뒹굴어도 춥지 않을 때쯤이면 역시나 잔디밭에 둘러앉아 주거니 받거니 분식집 주전부리에 막걸리를 들이켰다.
부끄럽지만 대학 내내 들이켠 막걸리병을 쌓으면 전공책보다 더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왜 '막걸리'인지, 어른들은 왜 막걸리 마시러 '대폿집'에 간다고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나이를 좀 더 먹고 이제야 찾아보게 됐다.
막걸리의 어원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막 걸러냈다'고 해서 막걸리다. 사실 기원만 따지면 하급 주류에 속한다.
쌀과 누룩으로 밑술을 담가 청주를 걸러내고 남은 술지게미를 다시 체에 물로 걸러낸 탁하고 텁텁한 술인 것이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도경'에 '고려 서민들은 맛이 떨어지고 빛깔이 짙은 술을 마신다' 하였고, 조선 시대 흉년에 금주령이 내려도 막걸리(탁주)는 딱히 금지하지 않았다 하니 예로부터 서민에게 사랑받아온 술인 듯하다.
그럼 막걸리를 마시는 대폿집의 '대포'는 무엇인가, 여러 설이 있지만 '큰 바가지'를 뜻하는 '대포'(大匏)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바가지(박)에다 잔뜩 부어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란 뜻이다. 잘 어울리는 유래다.
우리 국립국어원도 '대폿술'을 '큰 술잔으로 마시는 술'이라 하여 여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월요일부터 술 얘기를 꺼내니 글이 길어졌다, 더 할 얘기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쓰는 게 좋겠다.
월요병 잘 이겨내시고, 월요일부터 과한 '대폿술'은 혹여 자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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