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과 짬밥

2021. 1. 21. 16:19우리말 이야기

자료: 픽사베이

군대에서 '눈물 젖은 짬밥'을 먹은 얘기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사하는 날이면 새로 이사 든 집에 짐을 대충 부려놓고 "나는 짬뽕" "나는 짜장면" 하며 

신문지를 깔고 앉아 젓가락을 비비던 기억도 하나쯤은 갖고 있다. 음식에 대한 추억이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으레 "어른은 짬뽕, 어린이는 짜장면" 하는 식이었는데 독자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각설하고 

짬뽕과 짬빱 얘기를 하다 보니 이 '짬'이라는 말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수많은 유래가 쏟아지는데 그중 하나에 유독 마음이 간다. 

일본어 대사전의 '참팽(搀烹)'에서 '챤폰', '챤폰'에서 '짬뽕'이 되었다는 주장인데, '참팽'은 '섞어서 조리하다'라는 뜻이며, 중일전쟁으로 인해 본국과의 교류가 끊긴 일본의 화교들이 조선에 이 '챤폰'을 전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짬뽕'이 한국으로 넘어와 '짬밥'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1960년대 군대에서는 식판 없이 큰 주발에 밥과 반찬을 받은 뒤 국을 끼얹어 먹었고, 이걸 '짬뽕밥'이라 부르다 더 줄어 '짬밥'이 되었다는 얘기다.

물론 '짬뽕의 어원은 초마면이다' '잔반이 줄어 짬밥이 되었다' 같은 주장도 있다.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그 사이 짬뽕은 더 의미가 확장돼 "웃기는 짬뽕이네" 하는 식으로 어지러이 엉망진창 혼란스러운 상태를 뜻하게 됐고

'짬밥'은 주호민 작가의 만화 '짬'을 필두로 젊은 세대 사이에 말이 축약되고, 의미가 확장돼

'짬'이라 하면 '경력' 그 자체를 뜻하는 단어로도 쓰이게 됐다. "나 이제 회사에서 짬 좀 돼" 하는 식이다.

"짬(밥)을 좀 먹은" 짬뽕과 짬밥이 어디까지 변해갈지 사뭇 궁금해지는 비 오는 목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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