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 냥이 아니고 '한 푼 줍쇼'일까.

2021. 3. 8. 19:37우리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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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 등에서 '거지'를 묘사할 때면 꼭 '한 푼 줍쇼'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정작 '한 푼'이 대충 얼마 정도 되는지, 왜 '한 푼'만 달라고 하는지,

한 냥 달라고는 하지 않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이는 '푼'을 숟가락으로 알고, '한 숟가락 주십쇼' 정도로 이해하는 것도 보았다.

18세기 조선 시대 학자 황윤석의 <이재난고> 등을 참고해 계산해보면 

한 냥은 현재 돈으로 대략 6만~7만원 정도고, 100문(푼)이 한 냥이니, '한 푼'은 600~700원 정도다.

(물론 단순 숫자로 환산하면 이렇고, 조선 시대 쌀의 가치를 생각하면 실제 1냥의 값어치는 6만 원의 10배 이상은 될 것으로 본다)

이러니 '한 냥 줍쇼'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것도 굉장한 속담이 된다. 말 한마디로 계산상 7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갚은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를 묘사한 글 중에 '주막에서 닷 냥치 음식을 시켜놓고 판을 벌이니...' 같은 게 있었는데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계산만 따지면 주막에서 어마어마한 '먹방'이 벌어진 셈이다.

즐거운 저녁 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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