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국수와 마제소바
2021. 2. 24. 21:37ㆍ우리말 이야기
유튜브를 뒤적거리다 보니 '마제소바' 먹방 영상이 눈에 띄어서 흥미롭게 봤다.
그런데 보다가 '마제소바'가 뭘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일본어로 마제루(섞다, 비비다)에 소바(국수)를 결합한 말이었다.
즉, 우리말로 '비빔면' '비빔국수' 되시겠다.
여름이면 흔하게 먹는 음식인 비빔국수에 대한 추억도 각별하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여러 셋방이 한 마당 안에 모여 사는 일이 흔했는데
국수라도 하나 삶아먹을라 치면, 우리 식구 것만 삶는 법이 없고
앞집 할머니, 뒷집 삼촌 것까지 가득 삶아 채반에 밭쳐
마당 평상에다가 깔아놓고, 모여 앉아서 오이 고명에 초장을 부어 썩썩 비벼 먹곤 했기 때문이다.
고기에 계란에 온갖 고명이 다 올라가는 요즘의 '마제소바'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렇게들 다들 모여 오이 고명이나마 씹고, 어른들은 소주 한잔하며 고단함을 달래던 시절이 그립다.
비빔국수는 다른 말로는 '골동면'이라고도 한다.
'골동'(骨董)은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것이 한데 섞인 것'을 뜻하니, 골동면은 잡다한 고명을 올린 국수다.
응용하면 그래서 비빔밥은 '골동반'이다. '골동품'과 같은 한자를 쓴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갖가지 '골동' 군상이 모여, 얘기 나누고 시름을 달래던
그 시절 모깃불 평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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