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를 쭈꾸미라 부르지 못하고

2021. 5. 18. 19:14우리말 이야기

홍대 홍스 쭈꾸미

제철이 조금 지나고, 5월부터 '쭈꾸미' 금어기가 시작됐다지만

언제나 쭈꾸미는 내게 각별한 음식이다

일명 '밥'이 가득한 제철 쭈꾸미를 전골냄비에 끓여 국물을 후루룩 들이켜도 별미고

양념된 쭈꾸미를 불고기와 함께 철판에 볶아 먹다 밥을 쓱쓱 비벼 먹어도 언제나 좋다

매운 걸 잘 못 먹으면서도 일 년에 두서너번은 그 맛을 못 잊으니, 이 정도면 쭈꾸미 애호가라 해도 될는지

너무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필자가 단행본이 나올 때마다 구매한 한 웹툰 작가도

쭈꾸미가 너무 좋아 결혼식 후 친구들과 피로연 자리를 자주 가던 쭈꾸미 집에 마련했단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은 이쯤 되면 궁금해하실 것 같다. 왜 이리 청승맞게 쭈꾸미 얘기를 길게 하는 것이며

줄마다 '쭈꾸미' '쭈꾸미' 하는지

결론부터 쓰자면 쭈꾸미는 현재 '표준어'가 아니고, 그게 조금 억울해서 그렇다.

'짜장면'은 2011년 '자장면'에 이어 복수 표준어가 됐는데, 쭈꾸미는 아직도 '표준어'가 아니다.

국어원은 분명히 2011년 '짜장면'을 표준어로 올려주면서

"이번에 인정된 단어들은 자주 쓰이는 형태 그 자체를 인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도 짜장면 짜장면 하니 표준어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하기사 많고 많은 중국집 간판 중에 '자장면'을 파는 곳은 드물었으니, 그럴 법도 했겠지

그렇지만 '쭈꾸미'도 비슷한 대접을 받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리 길을 돌아다녀보아도 '주꾸미'를 판다는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죄다 '쭈꾸미'를 팔고 있으며, '주꾸미가 표준어야'라고 하면 되레 새로운 걸 알았다는 반응이다.

국어원에 많은 사람이 문의하고 있고, '곧 표준어가 될 겁니다'라는 답변이 달리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쭈꾸미를 쭈꾸미라 부르지 못하는 현실, 참 팍팍하다. 이번 주말에는 양념 쭈꾸미라도 한 봉지 주문해야겠다.

 

 

 

 

 

'우리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원이 신박한 '신박하다'  (0) 2021.05.31
백신, 타이레놀, 서방정(徐放錠)  (0) 2021.05.27
'XX무새', 앵무새는 죄가 없다.  (0) 2021.05.07
얼굴, 꼴값하다.  (0) 2021.05.05
떴다 떴다 보라매  (0) 2021.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