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이야기

2021. 1. 3. 19:17우리말 이야기

자료: 픽사베이

 

겨울 하면 생각나는 과일, 귤이다. 

한국에서는 전기장판 위에 앉아 이불을 덮고 귤을 까먹는 모습을 상상하고

일본에서는 코타츠(탁상난로)를 끼고 앉아 귤을 까먹는 모습을 상상한다.

제철이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니 그야말로 겨울을 상징하는 과일인 셈이다.

버릴 부분이 없어서 과육을 먹고 남은 껍질은 말려서 차를 끓여먹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제주도가 귤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이 '귤'이라는 단어 순우리말 단어가 아니다.

귤이나 귤나무를 뜻하는 한자 '橘'이며 '귤 귤' 자다. '감귤' '밀감'이라고도 한다.

이 '밀감'은 일본어로 '미깡'인데, 나이 드신 분 중에는 귤을 일러 '미깡'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제주도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은 일본을 거쳐 개량 후 들어온 원저우(온주)밀감이며 

그 외에 워싱턴 네블 등 품종도 재배되고 있다.

세인들에게 익숙한 제주 귤 품종인 천혜향, 한라봉, 레드향 등은 1970~1990년대 일본에서 개량한 종을 

2000년대 이후 제주에 들여와 재배한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전통 재래 품종은 아니다. 

(물론 제주에는 청귤 등 전통 귤도 남아 있다.)

다만 지금은 흔한 과일이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몹시 비싼 과일이어서 

조선 시대에는 진상품으로 올리라는 요구에 농민들이 견디다 못해 귤나무를 죽이기도 했고 

4.19 혁명 당시에는 이기붕 부통령 집에서 귤 한 박스가 나온 것이 세간의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점점 더 깊어가는 추위에 귤 얘기를 해봤다.

독자 여러분도 남은 일요일 장판 위에서 귤이라도 하나 까 드시면서

건강한 겨울을 나시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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