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의 수난 시대
2021. 1. 5. 15:44ㆍ우리말 이야기
노란 고물을 묻히거나 콩가루를 뿌린 인절미
시루 가득 켜켜이 팥과 찹쌀을 쌓아 쪄낸, 김 오르는 시루떡을 보면 누구나 침이 고인다.
그런데 요즘 이 '떡'이 심상치 않다.
술을 먹고 고주망태가 된 사람을 일러 '떡이 됐다'고 하고
'떡이 되도록 맞았다' 등으로 써오긴 했지만
이제 아예 '떡-'이 단어 앞뒤로 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떡이 되도록 맞아 쓰러졌다는 뜻으로 '떡실신'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너무 놀랍고 신기해서 뒤로 나자빠질 지경'이라도 '떡실신'을 쓴다.
'외국인에게 돌려서 심을 빼는 색연필을 보여줬더니 떡실신하더라' 같은 식이다.
그 외에
주식이 오르면 '떡상'한다고 하고, 내리면 '떡락'한다고 한다.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서 처참하게 지면 '떡발렸다'고 하고.
3점을 내주고서, 1점도 못 내고 지면 '3대떡'으로 졌다며, 숫자 '0'을 대신하기도 한다.
엉망진창이 되는 단계를 넘어 '정도가 과함'을 나타내는 말로 여기저기 붙는 것이다.
정말 '떡실신'할 신조어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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