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리찜과 밥경찰
2021. 2. 2. 17:14ㆍ우리말 이야기
학교 다닐 때나 군 복무할 때 반찬에 코다리만 나오면 기겁을 했다.
코다리가 대체 무엇인지는 몰랐으나, 찜이든 강정이든 나오기만 하면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무죽죽한 생선토막을 뻘건 양념에 비벼놨으니, 서른 전까지 코다리는 내가 '죽어도 못 먹을' 음식이었다.
요즘 10대 20대는 이런 죽어도 못 먹을 음식을 '밥경찰'이라고 한단다.
간장게장이니 계란물 입힌 소시지처럼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게 만드는 반찬을 '밥도둑'이라 하니
"그럼 식욕을 떨어트려 밥을 지키게 하는 반찬은 밥경찰 아니냐"며 누군가가 말을 재미나게 만들어낸 것이다.
('밥경찰'보다 더 강렬하게 맛이 없으면 '밥대법원장' 등으로도 부르는 모양이다.)
코다리가 내게 다시 '밥도둑'이 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0줄에 접어들어서였다.
그동안 내 입맛이 바뀌었는지 코다리가 철이 든 건지
코다리는 쫀득쫀득하면서 소주를 부르는 '밥도둑'이 되어 있었다.
그 김에 코다리의 어원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다.
코다리는 수많은 명태의 별명 중 하나인데
생태와 북어의 중간 정도로 반건조한 것을 코다리라 한단다.
'코다리'라는 이름은 코를 꿰어 걸어 말린 데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오늘 자 글을 이렇게 준비하는 가운데
어제 오랜만에 어머니가 서울 집에 오셔서 다시 밥상에 '코다리'가 찾아왔다.
반가운 '밥도둑'이 아닐 수 없다. 독자 여러분께도 오늘 저녁 반찬으로 강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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