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아'(얼어죽어도 아메리카노) 이야기

2020. 12. 21. 18:27우리말 이야기

자료: https://pxhere.com/ko/photo/1060436

 

부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오늘의 신조어 시간 오늘의 주제는 '얼죽아'다

'얼어죽어도 아메리카노'라는 뜻인데, 2018년 한파 속 소셜미디어(트위터)에서 '얼죽아 선언' 게시물이 올라오며

폭발적으로 대중에게 퍼진 유행어다.

그만큼 아메리카노가 직장인에게 사랑받는 자양강장(?) 음료가 되었다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이 '얼죽아'는 어디서 유래한 한국의 국민 음료일까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은 

2차 세계 대전 때 이탈리아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 마시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사실 초기에는 커피에 물을 타 희석해서 밍밍하게 마시는 게 이해가 안 되던 유럽 사람들이 '양키(아메리칸)들이나 마시는 커피'라며 아메리카노라고 불렀다고 한다. 다소 비하적인 명칭이었던 셈이다.

이 아메리카노는 1990년대 후반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더 과격(?)해졌는데 물을 타는 것을 넘어 얼음을 잔뜩 집어넣은 것이다.

당연히 유럽,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런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유럽 여행을 간 한국인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다가 없어 금단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유독 한국에서 '얼죽아'가 인기 있는 것이다.

2020년 스타벅스는 가장 잘 팔린 음료로 이 아메리카노를 꼽았고, 10명 중 6명이 주문했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거꾸로 수출이 돼 유럽의 카페들도 '얼죽아'를 서비스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혹자는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외국인이 김치를 씻어먹고, 김치찌개에 물을 몇배로 넣고 얼음까지 넣어 먹는 느낌'을 생각해보라'고 할 정도다.

특히 몇몇 이탈리아인은 얼음이 잔뜩 든 커피에 빨대까지 꽂아 마시는 걸 한국만의 독특한 음용 습관이라 할 정도다.

글이 좀 길었다. 이럴듯 식문화는 돌고 돌며 새로운 말도 자꾸 만들어내는 것이어서

본토를 넘어 한국까지 온 아메리카노는 어느새 '얼죽아'가 된 것이다.

월요일 다들 고되시겠지만, '얼죽아' 한잔하고 기운 얻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