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은 왜 챙겨야 하는 걸까

2021. 1. 8. 19:30우리말 이야기

자료: 픽사베이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

"밥은 먹고 다니냐"

"밥 먹었어요?"

빵 먹었냐고 묻진 않는다, 한국인의 인사치레에서 밥은 빠지는 법이 없다.

밥그릇도 마찬가지라 "네 밥그릇은 네가 챙겨라" 같은 식으로 관용적으로 쓰곤 한다.

그런데 사람은 먹어야 사는 이상, 한국인에게 '밥'은 각별한 의미를 가지거니와 

왜 '밥그릇'은 밥벌이를 위한 일자리, 자기 몫 등으로 의미가 확장되며 중요하게 쓰이는 걸까.

'그릇이 없으면 밥을 못 먹지' 같은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정말로 조상들에게 밥그릇은 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주로 질그릇을 썼는데, 이는 잿물을 덮지 않고 진흙만으로 구워 만든 거친 그릇이다.

어지간하지 않은 이상 도자기는 엄두도 못 낼 물건이었고, 오짓물을 발라 구운 오지그릇은 집에 몇 벌 있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그릇을 시장에서 잔뜩 사다가 쌓아놓고 쓰고, 내버리는 세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식구 수대로 그릇과 수저를 서너벌 갖춰놓은 것이 고작이라 

결혼 등으로 분가할 때도 자기 '밥그릇'은 따로 챙겨갈 정도였으니 '밥그릇'이 얼마나 중요했겠는가.

근대에 플라스틱 그릇이 흔해지고, 제조 기술이 발달해 뚝배기를 불에 올려놓고 끓여도 깨지지 않을 정도가 됐지만 

그 시절 밥그릇의 엄중함은 DNA처럼 말 습관에 묻어 대대로 내려온 셈이다. 

코로나가 조금 잦아드는 듯하지만, 여전히 여러 사람의 '밥그릇'이 위태로운 나날들이다.

모두가 안심하고 각자 '밥그릇'을 챙기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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