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3. 19:42ㆍ우리말 이야기
'장자' '추수 편'에는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중국에서 태평할 때에 단물이 솟는다고 하는 샘)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 구절의 '오동'을 흔히 보는 '오동나무'(두 번째 사진)로 알고 있는데, 사실 여기서 '오동'은 첫 번째 사진의 벽오동나무를 말한다.
중국 사람들은 봉황이 앉아 쉰다는 이 '벽오동나무'를 '오동나무'로 불렀고, 흔히 아는 오동나무는 '모포동'으로 따로 구별했다.
벽오동의 벽(碧)은 '푸르다'라는 뜻으로 '벽옥' '벽계수' 등에 쓰이는 한자다.
다만 이름이 비슷할 뿐 벽오동나무와 오동나무는 같은 종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카카오나무가 벽오동나무의 친척이 된다.
덧붙여 두 번째 사진의 오동나무도 한국인의 생활에 매우 밀접한 나무다.
딸이 출생하면 집 근처에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갈 때 장롱을 짜준다고 했는데, 오동나무는 20년이면 그만큼 자라기 때문이다. 껍질과 열매는 달여 약으로 먹고 목재는 악기를 만들거나 관을 짜는 데 썼다.
오동나무가 많아 붙은 동네이름도 있어, 오류동, 오수동, 오동동 등이 그렇다.
대구 팔공산 동화사도 오동나무가 주변에 많아 붙은 절 이름이다.
겨울이 얼른 지나가고, 두보의 시처럼 오동나무 잎 방석 깔고 앉아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철이 왔으면 좋겠다.
모두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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